경북 영덕 풍력발전기 화재로 정비 노동자 3명 숨져…설계수명 초과 '노후 설비' 도마
준공 20년 지난 창포리 단지 19호기서 발화…경찰·노동당국 수사 착수, 발전기 24기 전면 철거 추진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의 한 풍력발전기에서 23일 화재가 발생해 보수 작업 중이던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 3명이 숨졌다.
[경북 영덕 창포리에 설치된 풍력발전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11분쯤 풍력발전기 19호기에서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오후 2시 20분쯤 발전기 아래쪽에서 심한 화상을 입은 채 숨진 노동자 A씨를 처음 발견했다. 이어 오후 4시 33분쯤 지상으로 추락한 발전기 날개(블레이드) 내부에서 화상을 입은 남성 2명의 시신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들 2명은 화재 신고 직후부터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숨진 노동자들은 40대 남성 2명과 50대 남성 1명으로, 풍력발전기 유지·보수업체 소속 직원들이었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19호기의 날개 균열 수리 작업에 투입됐다. 풍력발전 운영사인 영덕풍력발전㈜의 작업 의뢰를 받아 현장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날개 쪽에서 시작된 불은 발전기 터빈이 있는 기계실로 옮겨 붙었다. 풍력발전기를 수리하려면 타워 사다리를 타고 80~100m 높이까지 올라가야 하며, 날개 내부에 문제가 생길 경우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통로를 통해 진입해야 한다. 영덕소방서 관계자는 "블레이드 날개가 불이 붙어 추락할 위험이 있어 소방차와 구조대원들이 실질적으로 진입을 못 했다"고 밝혔다.
화재는 인근 산으로 번졌다. 소방·산림당국은 헬기 14대와 차량 등 장비 73대, 인력 286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으며, 오후 6시 15분에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
발화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숨진 노동자들이 소속된 외주업체 대표 A씨는 "사고 당일 작업자들은 헤드랜턴만 있고 다른 조명 장비는 없었기 때문에 연삭기로 균열 부분을 정리하는 보수 작업을 할 수 없었다"며 "블레이드 내부는 깜깜하기 때문에 추가 조명 장비가 있어야 작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작업자들 모두 풍력발전기 보수 경력만 최소 5년 이상인 베테랑"이라고 전했다.
경북경찰청 중대재해수사팀은 24일 현장 상황과 작업 과정 전반을 점검하며 시공·정비업체 등 관계자들의 업무상 과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풍력발전기를 정밀 감식하기 전까지는 화재 원인을 명확히 밝힐 수 없어 구체적인 혐의 적용 대상이나 책임 범위는 특정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도 별도로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며, 숨진 작업자 3명에 대해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이 진행될 예정이다.
사고가 난 19호기는 1.65MW급 풍력발전기로, 2005년 스페인 베스타스에서 제작해 2006년 1월 준공된 설비다. 창포리 풍력발전단지에는 발전기 24기가 있으며, 이 발전기들은 2005년 준공돼 설계수명 20년을 넘긴 노후 기종이다. 지난달 2일 같은 단지 21호기에서는 블레이드 파손으로 타워 구조물이 꺾이는 사고가 발생했고, 조사 결과 블레이드 회전 속도를 제어하는 알람 센서 이상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설치 20년이 지나 노후화가 심각하고 최근 잇따라 사고가 발생한 만큼 철거를 추진하려 한다"며 "노후 풍력발전기 철거를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영덕풍력㈜과 기후에너지환경부,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은 긴급회의를 갖고 단지 내 풍력발전기 24기를 모두 철거하기로 내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풍력발전기는 현행법상 구조물로 분류돼 소방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소화 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없다. 최근 강원도 등에 신설된 풍력발전기는 승강기 등 이동시설이 설치돼 비상 대피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반면, 사고가 난 발전기는 사다리를 타고 안전고리에 의지하며 이동해야 해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피에 어려움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